괘사
습감(習坎)은 유부(有孚)하여 유심(維心)이 형(亨)하니 행(行)하면 유상(有尙)이리라. (거듭된 험난함은 믿음이 있어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행하면 숭상함이 있으리라.)
'습감(习坎)'은 물이 물 위에 겹친 형상으로, 존재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시련과 깊은 심연을 상징합니다. 이는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철학적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괘사에서 말하는 '유신(有孚)'은 맹목적인 신념이 아닌,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진실한 성찰을 의미하며, 이는 역경 속에서도 내면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유심형(维心亨)'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며 장애물을 넘나들듯, 고정관념에 갇힌 마음을 열고 유연하게 대처할 때 길이 열림을 뜻합니다. 물은 막히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채워 넘치는 법칙을 따르니, 이는 고난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지혜입니다. '행유상(行有尚)'은 막연한 희망이 아닌, 치열한 현실 속에서의 행동만이 가치 있음을 설파합니다. 결국 습감은 고난을 피하라는 비관론이 아니라, 위기를 통과함으로써 인격을 도야하고 진정한 생명력을 얻으라는 실존적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입니다.
괘체
습감(習坎)에 입우감감(入于坎窞)이니 흉(凶)하니라. (거듭된 구덩이에서 구덩이 속으로 빠짐이니 흉하니라.)
감유험(坎有險)하니 구소득(求小得)이니라. (구덩이에 험함이 있으니 구하면 조금은 얻으리라.)
래지(來之)가 감감(坎坎)하여 험차침(險且枕)이라 입우감감(入于坎窞)이니 물용(勿用)이니라. (오고 가는 것이 다 험하여 험하고 또 빠짐이라 구덩이 속으로 들어감이니 쓰지 말지니라.)
준주궤이(樽酒簋貳)를 용부(用缶)하고 납약자유(納約自牖)면 종무구(終無咎)리라. (한 통의 술과 두 그릇의 밥을 질그릇에 담고 들창을 통해 들여보내듯 간략히 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으리라.)
감불영(坎不盈)하고 지기평(祗既平)하면 무구(無咎)리라. (구덩이가 차지 않고 이미 평탄함에 이르면 허물이 없으리라.)
계용휘묵(繫用徽纆)하고 치우총극(寘于叢棘)하여 삼세부득(三歲不得)이니 흉(凶)하니라. (노끈으로 묶어 가시덩굴 속에 가두어 3년 동안 나오지 못하니 흉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