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사

간(艮)은 간기배(艮其背)하여 부득기신(不得其身)하며 행기정(行其庭)하여 부견기인(不見其人)하면 무구(無咎)니라. (간은 그 등에 멈추어 그 몸을 얻지 못하며 그 뜰을 행하여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하면 허물이 없느니라.)

산(山)의 형상을 상징하는 간괘는 적절한 멈춤과 그침이 주는 지혜를 설파합니다. "등을 막아 몸을 얻지 못하고, 뜰을 거닐며 사람을 보지 못하나 허물이 없다"는 괘사는 외부와의 불필요한 접촉을 단절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보전한다는 역설적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연결과 소통을 미덕으로 삼지만, 때로는 과도한 관계와 정보의 홍수가 자아를 분열시키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산과 같은 단단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기대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고요함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객관화하는 힘을 줍니다. 지금은 억지로 상황을 타개하려 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심리적 거리를 두고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이러한 정지는 에너지를 비축하여 더 큰 전진을 위한 필수적인 준비 과정이 될 것이며, 흔들림 없는 중심을 잡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괘체

초육

간기지(艮其趾)니 무구(無咎)하니 이용영정(利用永貞)하니라. (그 발가락에 멈춤이니 허물이 없으니 길이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육이

간기비(艮其腓)라 부증기수(不拯其隨)니 기심불쾌(其心不快)로다. (그 장딴지에 멈춤이라 따르는 자를 구원하지 못하니 그 마음이 즐겁지 못하도다.)

구삼

간기한(艮其限)하며 열기인(列其夤)이면 려훈심(厲薰心)이로다. (그 허리에 멈추며 그 등줄기를 찢으면 위태로워 마음을 태우는 듯하도다.)

육사

간기신(艮其身)이면 무구(無咎)니라. (그 몸에 멈춤이면 허물이 없느니라.)

육오

간기보(艮其輔)면 언유서(言有序)니 회망(悔亡)하니라. (그 덧니에 멈춤이면 말이 질서가 있으니 후회가 없어지느니라.)

상구

돈간(敦艮)이니 길(吉)하니라. (두텁게 멈춤이니 길하니라.)